구축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후기

오래된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필자는 아파트의 동대표도, 입주자 대표회의 멤버도, 감사도 아니다. 하지만 30년은 족히 된 구축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경험이 있다. 아니 내가 갇히기 전에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멈춘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고층을 힘들게 걸어올라가곤 했다.

다만 하루 두 번 출퇴근 때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냥 내가 운이 좋은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 멈춤 사고가 나의 아이들에게 발생하고 결국 내게도 발생하면서 남의 일이 아닌 엘리베이터 교체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일”이 되었다.

결국 관리사무소에 방문해 엘리베이터의 교체 계획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이따금씩 “엘리베이터를 교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나 요구가 있는 정도이지 지속적으로 교체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는 답을 할 뿐이었다.

설치 후 15년 이상 된 노후 엘리베이터는 매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고 3년 마다 정밀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이런 정기검사나 정밀 검사로는 자주 발생하는 멈춤고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레일의 휨이나 여닫히는 문의 기계적인 문제로 인한 오작동, 전기/전자 회로의 오작동은 검사당시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문제 없음”으로 판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개인적인 “따짐”이나 “요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결국 “민원”이었다.

엘리베이터 고장관련 민원 신고

엘리베이터(승강기)와 관련된 민원은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 승강기 안전공단”이라는 기관에 제기하면 된다. 난 엘리베이터의 정기검사 및 정밀진단을 수행함에도 지속적인 고장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의 멈춤 고장 또는 사람의 갇힘 사고가 자주 발생하므로 보다 엄격한 검사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 민원에는 아파트명과 주소를 필히 명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민원 제기 후 공단에서 확인 전화가 왔으며 담담하게 실제로 직접 경험한 엘리베이터의 멈춤 사고, 갇힘 사고와 아이들의 경험 등을 토대로 교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정기검사와 정밀검사를 매번 통과함에도 지속적인 사고가 발생하므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의례적인 검사가 아닌 “엄격한 검사”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 아파트에서 인사사고가 발생할 경우 민원 제기의 이력이 혹시라도 피해자의 사고 조치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근거를 남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몇 일 뒤 다시 공단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 직접 방문”하여 관련 민원이 있었음을 설명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공단에서도 민원이 제기되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의 책임이 있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관리사무소에 직접 방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 후 곧바로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을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교체에 대한 찬반 여부 투표, 교체를 위한 자금 확보 및 방법에 대한 투표를 차례로 실시하여 교체 계획을 수립하였고 계획대로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엘리베이터 교체를 완료하였다.

30년 된 구축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과정

다들 알고 있겠지만 30년 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이렇게 생겼다.신축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속만 삐까뻔적한 오래된 엘리베이터 내부. 철거를 위한 장비를 실어놓은 모습. 이 때부터는 옥상을 통해 옆 라인으로 넘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오래된 엘리베이터라 해도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는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안전과는 무관하다. 중요한건 엘리베이터의 동작을 관할하는 모터와 제어계통 전자회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