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년의 직장생활 그리고 리더의 덕목

20년 넘는 시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일한지 만으로 2년이 되어간다.

20년…

지난 20년간 모두 4개의 회사를 경험했다. 두 회사는 합해서 2년을 채우지 못했고 두 회사는 각각 8년과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재직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여섯 개의 본부와 팀을 경험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초반 4~5년이 지난 뒤 부터 때로는 작고 때로는 큰 조직을 맡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팀과 본부급의 조직에서 리더가 갖추어야할 조건들에 대해 참 많은 것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리더에게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의 리더가 갖추어야할 역량이나 능력은 조직이 처한 상황이나 구성원의 특징 혹은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전에도 리더쉽에 대해 몇 개의 포스트를 올린적이 있지만 (보러가기) 언론이나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에서 떠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리더쉽을 마음에 담아두고 절대 따라하려 해서는 안된다.

흔히 리더쉽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카리스마, 친화력 등 단순히 인간관계에서 한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들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런 능력은 현대사회의 조직을 이끄는데 있어 양념의 역할은 할 수 있으나 대다수의 조직에서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성과를 내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팀장이 카리스마가 있다고 팀원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다만 조직력이 잘 갖추어진 조직에서 팀장이 카리스마가 있다면 팀의 규율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또한 팀장이 친화력이 좋다고 팀원들이 열심히 일하는가? 팀장의 친화력은 그저 팀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원할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공통의 덕목 혹은 능력은 분명히 있다. 20년의 조직생활에서 깨달은 몇가지 리더의 조건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솔선수범(率先垂範)

너무 식상한가? 이 네 글자를 보고 “겨우 이 이야기를 하려고..”라는 느낌이 찰라의 순간이라도 들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리더의 자격이 없었다고 단언하여 말해주고 싶다. “맞아..!!”라고 무릎을 쳤어야 한다. 율곡선생이 왕에게 “솔선수범”할 것을 직언했을 만큼 솔선수범은 리더가 갖추어야할 첫 번째 덕목이다.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렵다며 비용절감을 외치고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추진비 마저도 쓰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제약을 가하면서 사장이나 본부장, 팀장이 차량을 지급받고 직원들이 상상하기 힘들만큼 법인카드를 쓰고 다닌다면 직원들은 결코 회사에 애사심을 갖지 않는다. 당연히 조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업무에 있어서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출근시간을 지키도록 강요하면서 임원들이나 팀장들이 출근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과연 업무에 충실하겠는가?

또한 특정업무를 직원에게 시키기 전에 리더가 그 업무를 훌륭하게 해내는 것을 직원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직원들은 자신들의 리더가 자신에게 할당한 업무를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때 그 업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리더가 그 업무를 완수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면 직원들은 그 업무를 리더가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업무를 대충해도 리더가 그 업무의 결과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리더가 그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것을 본 직원들은 최소한 리더가 수행한 만큼의 완성도를 추구하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리더가 수행하여 완수한 완성도가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했을 때의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각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더는 리더에게 속한 직원들이 보고 따라야하는 업무 수행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나 또한 15년 동안 조직을 이끌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대목이기도 하다.

적재적소(適材適所)

리더는 직원의 능력과 경험치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직원에게 업무를 할당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능력 중 하나다.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적재적소의 덕목은 직원의 업무수행 능력과 업무 난이도의 균형을 맞춰 능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업무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이다.

너무 어려운 업무를 능력이 되지 않는 직원에게 할당하거나 쉬운 업무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직원에게 할당하는 실수를 범하면 안된다.

또한 직원들은 모두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조직에서 수행해야 하는 모든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직원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멀티플레이어는 없다.) 따라서 조직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은 리더가 갖추어야할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영업적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게 영업을 맞긴다든가 화술이 부족한 직원에게 프리세일즈 업무를 맞기고 직원들을 통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게 특정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리더를 맏기는 등의 과오는 적재적소의 능력을 갖추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 같은 직원들은 당연히 저성과의 늪에 빠지게 되고 다른 직원들과의 업무적 관계에서 서로에게 불만을 갖게 되며 불평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이런 조직은 당연히 업무성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조직이 사분오열될 수 밖에 없다.

존중(尊重)과 공정(公正)

리더는 직원들을 인격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해야 한다. 주변에서 흔히 직원들이 수행한 업무의 결과에 대해 너무 쉽게 소리지르고 꾸짓고 인격적으로 상처를 받을만큼 혼을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제대로 코멘트를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또한 사적인 친분이 쌓인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업무 결과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여러 직원이 함께하는 회의 시간에 친하다는 이유로 특정 직원에게 반말로 업무를 지시한다거나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 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둘 만의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나 가벼운 업무상의 이야기를 할 때는 반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직원이 함께하는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반말은 상황과 분위기를 봐가며 해야한다. 본인은 직원들을 존중하는 언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직원들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또한 직원에게 지시하여 작성된 보고서나 결과에 대한 검토 시 언성을 높이거나 (제대로 업무를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타박을 하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또한 그 결과물을 타박하고 처음부터 직접 다시 작성하거나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행위 또한 피해야 한다. 이는 직원이 “그럴 거면 왜 시켰냐?” 라는 불만을 갖게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이후 다른 업무를 수행할 때도 “어차피 혼나고 다 고쳐질텐데…”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번거롭더라도 함께 검토하며 수정 방향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업무 담당자가 직접 수정하도록 하여야 하며 모두 완료되면 “칭찬”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은 “사적인”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쓰레기통을 비우게 한다든가 심부름을 시킨다던가 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때로는 부탁을 통해 작은 일들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 당위성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업무 외적인…사적인 일을 지시받고 수행하는 직원은 당연히 불만을 갖게 된다. “내가 심부름이나 하려고 이 회사에 입사했나?”라는 생각을 한번 쯤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불만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사적인 친분이 있다고 사적인 일을 시키거나 친하지 않은 직원에게 차별하는 듯한 업무를 맏기는 불공정은 최악의 리어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리더로 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겉으로는 리더를 따르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매우 강렬한 반감을 갖게 되며 조직의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공부(工夫)

내가 기술분야의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는 이 업종을 떠나는 순간까지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작던 크던 기술조직의 리더라면 적어도 직원들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술인력은 두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기술자이고 하나는 기능공이다. 넓은 의미에서 기술자는 기능공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히 따졌을 때 기술과 기능은 분명 구분이 가능하다.

특정업무에 숙련된..즉 반복되는 기술업무에 숙련된 사람은 기능공이라 불린다. 하지만 기술자라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IT업종에서 많은 “엔지니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저 “기능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DBA나 DB엔지니어가 아니니까…

나는 개발자가 아니니까…

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적어도 기술조직의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DB, Network, OS, Programing은 물론 시스템SW에 대한 기반 기술들은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많은 분야의 지식을 쌓기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기술조직에서 그저 관리를 위한 리더는 존재가치가 없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조직의 팀장이나 부서장들 중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오히려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회사의 내부 정치나 인맥관리를 위해 술마시기를 즐기거나 자신은 잘 모르면서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제대로 결과를 챙기지도 못하는 리더가 오히려 많은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조직원들이 따라 줄까? 과연 성과는 제대로 나올까? 그런 엔지니어들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고객은 사업 수행 결과에 만족할까? 더군다나 변화 무쌍하고 새로운 기술이 넘쳐나는 IT 바닥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리더의 조건에 대해 써봤다. 내 성격 상 한번 쓴 글은 오랫동안 다시 보지 않기에 읽기에 좀 거북한 표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20년간 일하면서 존경하고 따를 만한 리더를 만난적이 별로 없기에 세상의 많은 리더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다못해 대통령 마저도 이모양이니…)

2016년 새해들어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며 문득 나는 어떤 리더였는지..그리고 내가 모셨던 리더들은 어떤 분들이었는지를 생각하다 문득 내가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은 이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떠올라 기록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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