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아파트에서 박새를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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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집이 배송 되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집으로 새집 하나가 배달되어 왔다. 난데없이 뭔가 싶어 놀랐는데... 평소 새를 좋아하고 용돈을 모아 무지막지한 망원이 되는 카메라를 구입해 탐조활동을 다니던 딸이 신청해 배송된 새집이었다.

     

    내용인 즉슨, 도심에서 야생조류의 생태를 조사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신청자에게 새집을 보내주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설치한 뒤 일주일에 한장 이상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리하여 조립된 새집.

    2022년 2월 26일. 새집 조립 완료.

     

    도심의 아파트에 새집 설치

     새집을 조립한 뒤 몇일 동안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낙점한 곳은 바로 이런 장소였다.

    2022년 3월 9일. 새집 설치

     

    아파트 구석의 비교적 너른 공터가 있고 남쪽이 틔어 있어 볕이 잘드는 곳을 고르긴 했다.

    새집
    2022년 3월 9일. 새집 설치

     

    새집에 입주한 박새와 박새의 알

    과연.... 분양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3주 쯤 지났을 때인가 박새가 분주히 오가며 풀잎과 나뭇가지, 이끼 등을 물어다 새집에 넣는 것을 딸이 목격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오~~~~~

    2022년 4월 9일. 희미하게 털 속에 보이는 알

     

    이 사진을 보고 딸과 머리를 맞대고 "알 맞지???? 알이 보이는거 맞지??" 하며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 후에는 새집 근처에 가기가 어려웠다. 어미 박새와 아빠 박새가 새집 주변을 통..떠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새집 근처에 다가가면 꽤나 격하게 울부짖어서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지 못했다.

     

    알을 깨고 나온 박새 남매(?)의 모습

    하지만... 새집 내부 사진을 찍어 알이 잘 부화해 새끼들이 태어났는지 궁금했기에 과감하게 어미 새들의 분노의 짹짹임을 무시하고 문을 다시한번 열어보기로 했다.

     

    새집으로 다가가는 동안 망을 보던 아빠 박새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새집 문을 여니 아기 박새들을 품고 있던 엄마 박새가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문을 열던 딸이 놀라서 문을 닫으려 했고 이대로 후퇴(?)하면 다시 열기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열어 촬영을 했다.

    2022년 4월23일. 아직 털이 나지 않은 아기 박새들

     

    영상 촬영 후 바로 다시 열어 아기 박새들을 촬영하고 문을 닫아 주었더니 엄마 박새가 얼른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2주 후. 깃털이 제법 자란 아기 박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2022년 5월 4일. 깃털이 제법 자란 아기 박새들

     

    이 때도 엄마 박새와 아빠 박새는 쉴새없이 먹이를 나르고 있었고 우리가 접근하면 목청 높여 짖어댔다.

    그런데..이 즈음에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아파트 주변에 거주(?)하는 길냥이들이 새집을 노려보며 근처 수풀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 지나면 "이소"를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되었다.

     

    이때부터 몇일 간 수시로 새집을 살피고 그 때마다 박새 둥지를 노리고 있던 길냥이를.. 미안하지만 쫒아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엄마 박새가 목격했는지...왠지 느낌이 우리가 둥지 근처에 다가가도 짹짹임이 많이 부드러워(?)진 듯 했다.

     

    아기 박새의 이소

    그리고 드디어 5월 10일. 점심을 넘어 오후3시 쯤. 딸이 박새 새끼 한마리가 새 집 밖으로 떨어졌다고 카톡으로 알려왔다.

    2022년 5월 10일. 아기 박새들을 집 밖으로 유인하는 엄마 박새

     

    딸이 새집을 촬영하고 있던 찰라 이런 장면이 잡힌 것이다.

     

    이 장면은 순전하게 우연히 딸의 카메라에 잡힌 것인데... 아기 박새가 떨어진 뒤 딸이 놀라서 촬영이 중단된 듯 하다. 그날 저녁 우린 이것을 두고 새끼가 실수로 떨어진 것이냐, 아니면 어미가 아기 박새를 밖으로 유인해 나오게 한 것이냐를 두고 한참동안 갑론을박 했다.

     

    그리고 새집 밖으로 나온 첫째(?) 박새가 제대로 날지 못하다 보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근처 주차장 계단에서 지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딸아이가 얼른 뛰어가 구출해 밖의 나뭇가지에 올려주었다고 한다.

    2022년 5월 10일 오후. 이소 중 지하주차장에 떨어진 첫째 박새를 구해주다

     

    아직 날지 못하다 보니 높이 날지 못하고 이리저리 땅에서 닭처럼 날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숨었다고 한다. 

    2022년 5월 10일. 둥지는 탈출(?)했으나 아직 제대로 날지 못하는 첫째 박새

     

    문제는 아직 나머지 아기 박새들은 이소를 못했다는 거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둥지 근처를 지키던 딸은 철수했고 다음날 오전 다시 둥지를 찾았을 때, 나머지 아기 박새들도 모두 이소를 한 듯 했다고 한다.

     

    둥지 근처에 이소하느라 둥지를 나온 아기 박새들이 찍혔다.

    2022년 5월 11일. 이소중인 나머지 아기 박새

    너도 어서 나무위로 올라가라~

     

    그리고 용케도 잡목위에 올라 앉은 다른 아기 박새.

    2022년 5월 11일. 용케도 잡목위에 올라앉은 다른 아기 박새

     

    그 와중에 길냥이의 습격이 우려돼 딸아이는 이소하고 있는 아기 박새들을 지켜주려 주변에 고양이가 있는지 망을 보며 보호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두시간 후 이제 새집을 떼어도 될 것 같다고..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기 박새들의 울음소리가 모두 근처 나무위에서 들리는 것 같다고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리고 다음날 새집을 철수하며 장장 2개월 넘게 진행된 아파트에서 박새키우기 프로젝트는 끝이났다.

     

    #아파트에서박새키우기 #박새 #도심의야생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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