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나 또한 정신적, 기술적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인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안타깝다. 왜 신은 뛰어난 인간을 항상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불러 들이는 걸까. 그리고 예전엔 ping을 만든 개발자도 저 세상으로 떠났고 최근엔 S/W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C 언어를 만든 데니스 리치도 잡스를 따라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겼다.
사람들은 왜 잡스에게 열광하는가 ?
일부 애플의 제품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티브잡스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두고 잡스교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왜 그들은 스티브잡스가 만들어내는 제품들에 열광하는 걸까? 그 이유는 스티브잡스가 만든 제품들을 써보지 않으면 절대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전화기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화상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시징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생태계를 바꾼 위대한 발명가이기 때문에 ?
아니다. 이런 기능들은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기 이전 윈도 모바일이나 블랙베리, 노키아 등의 휴대폰에서도 지원했던 기능들이다. 그런데 왜… 아이폰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스티브잡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애플,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팟터치, 맥북에어,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iOS….
일단 대중이 잡스에게 왜 열광하는지를 이해하려면 그가 만든 제품들을 써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된 제품들 중에서 두가지 정도를 사용해본다면 왜 대중이 잡스에게 열광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품의 “완성도”가 타 제품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만족도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하드웨어 적인 측면에서 삼성이나 기타 제품들을 사용하다 애플의 제품을 사용해본다면 조금 과장해서 “내가 여태까지 쓰레기를 사용했었구나” 라고 느낄 수도 있다. 동일한 하드웨어 스펙을 가진 타 제품들과 비교할 때 애플의 제품은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다.(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심지어 애플의 아이폰4가 고작 512M byte의 램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른 스마트폰들은 1G byte의 램을 갖고도 수시로 리부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도대체 이해할 수 있겠는가?
또한 운영체제 측면에서도 애플의 제품들은 타 제품들, 특히 Microsoft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빠르고 예쁜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똑같은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구동하면 애플의 iOS 기반에서 훨씬 더 미려한 GUI와 성능 그리고 속도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Microsoft의 운영체제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수시로 프로그램이 비정상 종료되고 멈추고 끊기는 증상을 당연시하다 애플의 iOS, MAC OS 그리고 그 운영체제 위에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보면 “올레~~~”를 외칠것이다. (올레~~는 KT가 외칠게 아니다.)
삼성이 광고하는 광고문구 중에 “만져라 그러면 반응하리라”가 있다.
난 그 광고를 보고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아이팟에게나 어울릴법한 문구를 삼성이 가져다 쓰는지 말이다. 삼성 사람들은 아이팟을 써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애플의 제품과 삼성의 제품을 모두 써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광고를 보고 삼성을 조롱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애플의 아이폰3GS가 나왔을 때 아이폰을 처음 만져봤다. 오~~ 내가 화면을 터치하여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이미 화면은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고 앱의 실행 아이콘을 터치하려고 손을 움직이면 이미 앱은 실행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로 “만지려고 하면 이미 반응”하는 느낌이다.
물론… 비정상적으로 다운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또한 폰을 하루에 한번 정도(사실은 더 자주) 껐다 켜지 않아도 되었다.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전의 스마트폰은 사용법이 너무 어렵고 많은 지식이 있어야 그나마 사용이 가능했다.) 이쯤되면 어찌 스티브잡스에게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스티브잡스는 결벽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했다.
스티브잡스가 만드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다른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완벽했다. 흔히 스티브잡스라고 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치 발명가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실 스티브잡스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술을 다양한 방법에 의해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없는 기술을 만들어낸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스티브잡스는 남들과 달리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컴퓨터와 모니터와 키보드를 조합하여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것,
개인용 컴퓨터에 GUI 운영체제를 적용한 것,
개인용 컴퓨터에 마우스를 가져다 붙인 것,
MP3를 다운로드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한 것,
휴대폰의 키패드를 없애고 화면에 키보드가 표시도도록 한 것,
화면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게 한 것
등 모두 현재 나와있는 기술을 자신의 기기에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적용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을 다시한번 말한다. 그냥 적용하는데서 그치치 않고 “완벽하게 적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어설프게 적용하여 버그 투성이 이고 수시로 다운되고 멈추고 했다면 지금처럼 스티브잡스가 추앙받고 망하기 직전이던 애플이 지금처럼 완벽하게 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창의적이더라도 결함없는 S/W , H/W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애플의 재기와 스티브잡스의 성공에는 창의적인 사고와 결함없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삼성, 엘지… 우리나라의 최고 전자제품을 만드는 글로벌기업이다. H/W 적으로는 애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아직 창의적인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S/W 나 S/W 컨텐츠 측면으로는 중소기업과 별반 다름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CEO나 공직자들은 S/W가 별도의 물적인 기반의 투자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만 뽑아 놓으면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연구소에 가끔 농담삼아 던지는 이야기가 있다. “제발 만들다 만~듯 한 S/W를 만들지는 마라”는 것이다. S/W를 그저 H/W가 구동하거나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소품”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다 만~듯한” S/W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MP3가 재생되기만 하면 되지 “원하는 부분을 잘라내 벨소리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왜 필요하냐는 사고방식이 그런 것이다. 국산 스마트폰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대만의 HTC에서 만든 스마트폰에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별도의 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뭔가 부족한 기능이 되어 버리고 자주 결함이 발생되면 그 제품은 버려지게 마련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능을 가진 H/W, S/W를 만든 뒤 사람들이 사용할 때 기능상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다.
H/W가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장비 기반의 인프라가 필요하다면 S/W와 S/W 컨텐츠는 사람과 사람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는 쉽지않은 조직체계를 선호한다. 수평적인 조직 보다는 수직적인 조직에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어주면 우왕좌왕하며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누군가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외쳐 주어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W는 절대로 누구 한 사람의 생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티브잡스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 결코 지금처럼 성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흔히 브레인 스토밍을 한다고 들 한다. 팀원이 모여 자유롭게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이다. 팀원들과 팀장이 모두 동등한 레벨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서로 문제점과 장점에 대해 토론을 해야한다. 하지만 누군가 더 높은 사람의 권위를 내세우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의견만을 강하게 주장한다면 그 브레인 스토밍은 전혀 효과가 없게 된다. 흔히 CEO나 부서장들이 그러한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론을 마음속에 정해놓고 브레인 스토밍을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입을 다물 것이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수정되어지고 결합되어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