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있은지 얼마 안된 지금, 우리 나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으로 떠들썩 합니다. 가만보면 우리나라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적 이슈는 대부분 도대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말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되는 “참사”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올 봄 수백명의 들뜬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꿈많은 단원고 고등학생들을 태운채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뒤집혀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가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해운업계와 항만청의 비리와 부정과 부패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썩어 문드러져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관피아라는 단어가 셀수도 없을 만큼 뉴스에서 언급됐고 해피아 등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새로운 용어들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사회의 썩어문드러진 상처가 군대에서 새롭게 곪아 터졌습니다.
육군 제28사단에서 의무복무중인 윤모일병이 끔찍한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이 드러나는 과정과 수사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폭행을 포함한 끔직한 가혹행위와 그로 살인, 그리고 초기 수사 과정에서 살인 사건의 은폐와 제식구 감싸주기식 수사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윤일병 사건 뿐만이 아닙니다. 윤일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사병의 억울한 죽음이..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사건 수사와 처리 과정에서 군의 자기식구 감싸기가 있었음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상병 자살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추적60분에까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한상병 자살사건 기사 보러가기(2008) 그리고 위의 그림에서 봤듯 윤일병 사건의 여파로 인해 같은 28사단에서 의무복무 중 군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관심사병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는 사태까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된 사건들과 그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관련자들의 비 도덕적 행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여러 사건들과 처리 과정에서의 공통점은 관련자들이 도대체가 “도덕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의 부도덕한 작은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생각이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담배를 모두 피운 뒤 빗물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우수관로”에 담배꽁초를 휙~던져버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비가 내렸을 때 그들이 버린 우수관로를 막아버려 수 많은 건물들이 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를까요?? 그들은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절대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는 우수관에 쌓여만 갑니다.
세월호 참사나 윤일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한상병 자살사건 그리고 요 몇일 사이에 발생한 연이은 관심사병 자살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관련자들은 모두 나의 그 작은 “부도덕한 행동”들이 모여 아무도 책임지지 못할 커다란 사건, 사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부도덕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자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발생한 큰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관련자들의 책임을 너무도 제한적으로 적용하여 결국 “주범”이 없는 사건이 되어버려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가해자가 없는 그런 결과가 나오고 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사회에는 “나의 작은 부도덕한 행동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내 책임은 없다” 라는 생각이 깊숙히 자리 잡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교육에서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충(忠)과 효(孝)를 교육의 근본으로 삼아왔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해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끝~~~”입니다. 그리고 이 충과 효는 너무도 오랫동안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으로 인식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마 충과 효를 강조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인륜의 근본 아니냐는 거죠.
그렇다면 서양은 어떨까요?
서양에서도 물론 충과 효에 해당하는 덕목이 있겠지만 윤리교육에서 일순위는 아닙니다. 그들에게 윤리교육의 일순위는 바로 “인간 대 인간의 사랑”입니다. 타인을 사랑하고 돕고 배려하는 것이 윤리 교육의 일순위 덕목입니다. 이것은 카톨릭과 기독교의 영향이기도 한데 그들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라는 덕목보다는 타인을 돕고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가르칩니다. 아울러 타인에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도 말이죠.
우리나라로 돌아오면…
충과 효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옛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인 도덕, 인간 대 인간의 사랑에 대해 거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상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DNA에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기껏해야 가르치는게 홍익인간 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도죠.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충효만을 강조하는 윤리교육으로 인해 다른 도덕규범을 무시하는 부작용은 매우 다양한 부정적인 사회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음주로 인한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정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 매우 가벼운 처벌로 끝내는 것이나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구매부서 담당자가 리베이트를 받아 사적으로 착복하는 것, 법인카드나 공금으로 혹은 거래처에서 접대를 받아 텐프로에 가서 술을 마시고 쭉쭉빵빵한 아가씨 옆에끼고 질펀하게 노는 것, 대학 OT나 MT에서 또는 직장의 회식자리에서 타인의 의사를 무시한 채 술을 강권하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행위 등을 저지르고도 그러한 행위가 결국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더 나아가 더 큰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아마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망해 부도가 나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행위가 “부도덕한 행위”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도덕한 행위의 범위는 무척 좁습니다. 타인에게 일말의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정신적인 부담을 주는 행위는 모두 부도덕한 행위로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그냥 “그럴 수도 있는 행동”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입니다.
군에서도 그렇습니다. 나라와 부모 이외의 타인(사람)에 대한 배려나 이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뭔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후임병을 괴롭히면서도 삐뚤어진 집단지성이 작용하는 것을 전혀 거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삐뚤어진 집단 지성에 휘둘려 후임병을 폭행하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건의 처리과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윤일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군의 대령급 장교가 윤일병 사건 처리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하는 것과 같이 사건의 처리에 대한 의구심과 진실을 쫒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대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남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고 그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말입니다. 이또한 삐뚤어진 집단지성을 개인의 도덕적 의지가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효와 나라에 대한 충석을 해하는 집단 지성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반발을 보이고 극복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께 해가되는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작은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죄책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앞의 그림에서 처럼 우리나라 사회의 청렴지수는 매년 조사에서 전세계의 쫌 산다하는 나라들 중에 거의 꼴찌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렴지수가 떨어지는 것은 접대를 받거나 뇌물을 받는 것이 타인의 금전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렇게 기형적인 사고를 만든 충효만을 강조하는 윤리교육에서 벗어나 아무런 조건없는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윤리 교육을 개선해야만 제2의 세월호 사건과 제2의 윤일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같은 반사회적인 범죄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