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교수님들이 경제를 책으로만 배웠어요.

지하철 출퇴근에 재미(?)를 들인지 1년 반 쯤 되어간다. 정보보안기사 시험 준비를 하느라 그 전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이용하던 지하철을 출퇴근 시간을 시험 준비에 활용하느라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 하기 시작했었다. 이젠 지하철 출퇴근이 습관이 되어 하루 세 시간 가량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매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그 황금 같은 시간이 짜증으로 뒤덮일 때가 있다. 그 짜증나는 시간은 대부분 뉴스를 볼 때다. 그런 뉴스들을 접할 때 마다 대한민국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며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또 그런 짜증이 폭발하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어느 경제 신문의 한 기사에서 교수라는 사람들이 모여 황당한 발언들을 하며 대한민국의 경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은 모양이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제목이 참 자극적이지 않은가? 제목 뽑아내는 수준은 “찌라시” 수준임이 분명하다.

 

제목 :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하라.

제목만 가관인 것이 아니라 그 기사의 내용도 참 가관이었다. 내가 가끔 하는 이야기 중에 12년 간 이어지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병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교수님들도 딱~ 그런 교육의 피해자(?)였다. 경제를 현장이 아닌 책으로만 배운 것이다. 그 토론에서 나왔다는 몇몇 발언이 나를 짜증나게 했다.

증세보다는 경제활성화로 복지수요를 줄여야 한다. (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업들이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화 해야한다. (이모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과연 기자가 제대로 요지를 옮겨 적은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경제를 활성화 시켜 복지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얼핏 “이 발언이 뭐가 문제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복지의 수요”가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경제를 활성화 시켜 복지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듯한 주장을 펴고 있다. 복지의 수요가 결국 세금 부담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경제가 침체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복지 제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는 나라가 많은 유럽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복지 비용이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 복지로 인한 세금 부담이 경제를 침체시킬 수준에 와있지 않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과 비교하는 것은 비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유럽의 상황은 앞으로 수 십 년 뒤에나 우리나라에 벌어질 상황이다. 충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일을 지금의 경기 침체에 가져다 붙이는 매우 비 상식적인 논리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은 아직은 경제 침체를 불러올 만한 수준이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복지 비용이 국가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될 정도의 수준이라면 유럽의 다수의 나라들은 이미 망했어야 한다. 게다가 유럽의 여러나라는 먼저 경제가 침체되면서 복지를 위한 비용이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지 복지 재정의 부담 때문에 경제가 침체된 것이 아니다. 위의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버린 주장인 것이다.

게다가 이 경제를 책을 통한 암기로만 배운 교수님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초임이 홍콩의 두 배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분명 어디서 홍콩의 엉뚱한 통계를 우리나라의 대기업 정규직 임금 수준과 비교하며 두 배를 주장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내가 일하는 IT분야의 중소기업들의 연봉 초임은 아직도 2000만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많으며 2000만원이 안되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3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이나 그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금융공기업과 비교하면 안된다. 교수님들의 현실 감각이 매우 떨어짐을 알 수 있는 주장이다.

더 경악할 만한 것은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화 해야한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아마도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의 고용 유연성을 도입하자는 논리인데… 우리나라의 교수님들과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매우 큰 문제점은 서구의 앞선 제도를 들여올 때 껍데기만 들여오고 그 속의 안전 장치나 세부적으로 구현 되어야 할 안전 시스템은 외면한다는 점이다. 고용의 유연성을 들여오려면 고용주들의 횡포로부터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와 법제도 등도 함께 들여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정규직, 파견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도입되면서 비정규직, 파견직 노동자를 보호할만한 제도는 전혀 갖춰지지 못했다. 토론 내용을 언뜻 보면 그러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진정성이나 보호장치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으며 그저 “필요하다’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더 강력하게 제기해도 노동자 보호 장치가 마련 될까 말까 한데 말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주력 산업 자체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새로운 성장동력을 논하는데 갑자기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을 걱정하고 있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나 반도체, 휴대폰 등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대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대기업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결코 국가가 대신해 주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정으로 치자면 30대 아들놈의 대학원 등록금을 부모가 뼈빠지게 일해 대주는 꼴이다.

그 토론의 자리에 있는 교수님들과 정부는 젊은이들의 아이디어 기반의 창업을 통한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찾고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의 신 성장 동력 발굴을 지원해줄 이유가 없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신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오히려 대기업이 신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과 개인 창업자들의 아이디어와 신 기술을 베끼거나 헐값에 훔쳐가지 않도록 심판을 봐주며 대기업으로부터 벤처 기업들을 보호해주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력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출현하게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체질이 강한 기업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앞의 교수님 처럼 신 성장 동력을 논하면서 기존의 대기업들의 주력 산업 중국 이전을 걱정을 하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주력 산업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가로 이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특히 자동차는 기술집약적이면서도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인건비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고 강제로 임금구조를 바꿔 근로자들의 연봉을 깎으라는 주장은 “공산주의 추종자”들이나 할 법한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어디 경제학자라는 교수님들이 임금구조 개선…실제로는 근로자 임금 삭감이라는 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위기 직전이지만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미국금리인상….그리스 유로존….국제 금융시장 충격…기업의 자신감 상실과…소비자는 지갑을 닫고…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김xx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토론에 참가한 교수님들은 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 같다. 미국 금리인상, 그리스 유로존 탈퇴 여부, 서부 유럽 여러나라의 경제위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모두 맞는 소리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런거 관심은 있을지언정 그런 문제로 지갑을 닫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이유는 명백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수입은 늘지 않고 고용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점점 늘고 비정규직이 늘어가는 만큼 소비의 가장 큰 주체인 근로자들의 소득은 줄어든다. 한창 소비를 늘려갈 계층인 20대,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직장이 없거나 비정규직으로 소득이 적다. 게다가 소비의 주요 계층인 30대~40대는 부동산 담보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소득의 상당부분은 엄청난 이자로 금융기관으로 흘러들어 간다.

한 마디로 주 소비 계층에 쓸 돈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최근 한국은행의 동전 환수율이 IMF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한 푼이 아쉬워 집안에 잠자고 있는 동전들을 끌어내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이라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기로부터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전 근로자의 계약직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

광고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송해 할아버지를 한 은행의 광고에 등장시켜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멘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세뇌시키고 있다. 국민 개개인 보다는 기업이 먼저 살아야 한다고. 맞다. 그건 세뇌다.

사실 이 이야기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이 의미 없는 논쟁이긴 하지만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할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 되기 위한 조건과 국가의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튼튼한 내수 시장”의 존재다. 내수 시장의 규모가 크고 튼튼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이 생겨날 수 없고 국가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중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크고 튼튼한 내수 시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내수 시장이 무엇인가? 바로 소비자 집단이다. 내수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최소 인구가 있어야(최소 1억이상이라고 생각됨) 하며 소비력을 갖춘 일정 경제력을 갖춘 소비집단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명백한 진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내수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적정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계약직, 일용직) 근로자가 증가하고 대기업들이 매년 신규채용을 줄이며 일자리를 줄이고 유보금을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내수 시장의 소비력은 감소하고 있다. 당연히 소비력을 잃기 시작한 내수 시장에서 기업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고 기업들은 성장이 둔화된 소비 시장에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가장 손쉬운 원가 절감 수단인 인건비 절감에 매달리게 된다. 따라서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채용이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고용 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비정규직과 계약직 일자리를 만들면서 임금도 줄였다. 미국이나 선진국의 경우 비정규직이라하여 임금이 싸지는 않다. 동일임금 혹은 고용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용 유연성만 들여오고 임금은 멋대로 줄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절대로 기업도 나라도 살아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엔 더 큰 위험 요인이 버티고 있다.

바로 소비 인구의 감소다. 20대, 30대 백수의 증가와 비정규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는 출산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고 출산의 감소는 결국 소비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내수 시장이 더 쪼그라드는 것이다. 그 때가 오면 아무도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이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소비 능력이 더욱 떨어지면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점차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저 멍청한 교수들이 그 때는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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