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할인 영화를 보기 시작한건 5년 쯤 된 듯 하다. 알뜰하고 부지런한 옆지기 덕분에 종종 주말 이른아침에 조조할인 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긴거다.
조조할인 영화는 매일 영화별로 첫 상영을 말한다. 그리고 가격은 정상가의 50%~60%다. 그래서 오늘은 6,000원을 내고 “검은 사제들”을 보게 되었다.
조조할인 영화의 경제학
조조할인 영화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일단 주차가 편하다. 이른(?) 아침이기에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도 극장으로 직행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손쉽게 주차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적하게 티케팅과 간식을 살 수 있다. 극장안은 텅텅~비어 있다. 보라 얼마나 한적한가? 여유가 철철 넘친다.
미리 예매하지 않아도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생일콤보”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커다란 팝콘과 콜라 2개를 무료로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주말의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면 채 오전 11시 전이다. 평소 같으면 움직이기 싫어 딩굴딩굴하겠지만 활동의 리듬이 올라왔으니 무언가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무리없이 할 수 있다.
검은 사제들(김윤석, 강동원 주연)
옆지기는 아직 신자가 아니지만 난 4대 이상 이어진 카톨릭 신자 집안에 태어난 덕분에 태어나자 마자 하느님의 찜(유아세례)을 받게 되었고 이런 저런 기독교 교회(심지어 몰몬교 선교사)까지 가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성당과 인연이 되었다. (벗어날 수 없는 듯…)
그래서 영화 “검은 사제들”에 나오는 구마(驅魔, 라틴어: Exorcismus)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사실 구마는 악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상상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 도입부에 악마들이 왜 인간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공개하고 있다. 이 질문은 신은 왜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답은 매우 다르다.
악령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리지널 악령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당한 뒤 지옥으로 쫒겨난 루시퍼(Lucifer)라는 천사들의 대장과 루시퍼를 추종하여 반란에 가담했던 천사들이다. 이들이 마로 악마들이다. 반면 일반적인 악령은 그저 악한 영들이다. 죽은이들의 몸에서 나온 영혼들 중 천국이나 연옥이나 지옥으로 가지 않고 인간 세상을 떠돌며 악마와 함께 활동하거나 스스로 악행을 일삼거나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하게 하는 영혼들이 넓은 범위의 악령에 포함된다.
그리고 구마란 바로 그 악령이 깃든이들에게서 악령을 쫓아내는 카톨릭 예식을 말한다.
힘이 약한 악령들은 그저 인간에게 나쁜 마음을 먹도록 유혹하는 정도밖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종교적 믿음이 있거나 강한 선의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도 한다. 카톨릭에서 많은 신부님들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나 강한 불만과 불평,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마음 등이 그러한 악령의 유혹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이정도의 악령은 구마를 행하지 않는다. 단지 기도와 자신의 강한 의지만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악령의 영향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령들 중 진짜 악마는 그 힘이 인간의 영혼이나 의지력의 힘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 지옥으로 쫓겨난 루시퍼와 하느님의 약속에 의해 악마가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간혹 악마 또는 강력한 악령이 인간에게 빙의하는 경우가 있으며 그런 경우에 제한적으로 구마예식이 거행되는 것이다.
사실 강한 악령이 인간에게 빙의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있는데 바로 신내림을 받는 무당이 그것이다. 다만 그 악령의 경우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하지 않는 악령이며 그런 악령이 다른 악령을 내쫓기 위해 벌어지는 행위가 바로 굿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검은 사제들”은 바로 악령이 깃든 여학생(박소담)에게서 악령을 분리해내 쫓아내는 구마예식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장재현 감독이 과연 구마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는 구마예식에 대한 매우 단편적인 모습만을 그린채 끝났다. 그래선지 악마와 악령에 대한 의미설명이 부족했고 구마의 과정 또한 빈약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첫 카톨릭적 구마를 다룬 영화치고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