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연비가 있다.

제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글들 때문인지 이따금씩 IT업종과 보안업종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 후배들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회사를…어떤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를 쪽지나 이메일로 물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기업을 경험하지도 못했고 아는 지식도 짧은지라 만족할만한 답을 드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기업들을을 토대로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으로 구직자 입장에서 “기업의 연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학과 군복무를 마친 뒤 IT 분야에서 2개의 기업을 경험하였고 벌써 20여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짧게 1년 이하로 근무한 경험까지 포함한다면 직장생활의 쓴맛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신도리코를 포함해 세개의 기업을 거쳤습니다. (신도리코는 딱~~1년..!!) 그리고 이후 근무한 두개의 기업은 모두 코스닥에 상장되는 모습을 지켜봤죠.

그러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자동차의 주행 때 연비가 변하듯 IT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도 연비가 있다.”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IT 기업의 연비는 자동차의 연비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취업을 하려는 구직자 입장에서도 입사지원을 하고자하는 IT 기업의 연비를 잘 고려해야 취업 후 순탄한 직장생활과 커리어를 쌓는데 유리하다고 생각됩니다.

자동차의 연비

요즘은 자동차에 IT기술이 적용되면서 트립컴퓨터라는 작은 컴퓨터가 장착되어 있으면서 주행 중 순간연비와 평균연비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기업에도 연비가 있다.

“연비”란 연료 1리터 혹은 1갤런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즉 “연비가 좋다”라는 의미는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IT 기업의 무엇이 자동차의 연비에 해당될까요?

기업의 연비

IT 기업에서 자동차의 연료에 해당되는 것은 바로 근로자의 “노동력”입니다.

기업은 근로자의 노동력을 연료로하여 재화를 생산해내고 판매하여 이익을 내는 하나의 자동차와 같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근로문화나 업무프로세스, 의사결정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같은 양의 노동력을 투입하여 훨씬 좋은 연비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얼마나 교통소통이 원활하고 단거리이며 가다서다를 적게할 수 있는 도로를 선택하여 목적지까지 주행하느냐에 따라 연료 소비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도 자동차와 비교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에도 연비가 나쁠 수 밖에 없는 차들이 있습니다. 덩치가 크고 무겁고 엔진자체가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차들이죠. 기업에도 그런 기업들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차의 연비를 따지듯 구직자 입장에서는 기업에 입사지원을 할 때 기업의 연비 또한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합니다.

IT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 매출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프로젝트를 적은 비용, 짧은 기간에 수행하느라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 다는 것에 해당 업종 종사자라면 모두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다양한 시스템의 구축과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기술적인 스킬을 높일 수 있으며 요구분석, 설계, 개발, 구현 등의 단계를 경험하며 프로젝트 수행 전반의 흐름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등의 기술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IT 기업들은 인력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엔 IT 개발자나 엔지니어가 부족하여 몸값이 비싼 경우가 많았지만 업체들 간의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원가를 제외하고 남는 이익이 5~10%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그대로 적자 아니면 다행인 경우가 많은거죠.

당연히 이런 IT 기업들은 연비가 좋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연비가 좋은 기업들은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HW보다는 SW를 개발해 판매하는 기업들이고 SI/NI 기업들 보다는 훨씬 연비가 좋습니다. 자체 SW 솔루션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기업들은 직원수가 많지 않고 회사의 규모가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비교적 롱런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가진 곳이 많습니다. (모두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SW 솔루션 기업에서의 근무는 SI/NI 기업들보다 폭넓은 경험과 커리어를 쌓기에는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기술적 지식이 제품에 편중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개발자나 엔지니어 스스로 노력하여 다양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기술력을 높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근무한 직장과 현재 재직중인 직장이 그런 곳인데.. 많은 엔지니어들과 개발자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솔루션 기업의 연비 변화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여 판매한다 하더라도 IT 기업들의 연비는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달라집니다. 벤처 형태의 스타트업 기업인 경우 투입 인력(비용) 대비 이익률이 초기에는 매우 떨어집니다. 제품의 기능성과 완성도가 떨어져 개발공수가 매우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죠. 유지보수 등의 기술지원에 대한 원가 비중도 매우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수익이 낮아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

이렇게 초기 단계의 저연비를 내는 기업에서 일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개발자나 엔지니어나 모두 야근을 밥먹듯 하고 고객에게는 매일 욕지거리를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참 힘들죠. 개발자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기능을 개발하느라 밤샘을 하고 엔지니어와 영업대표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기능이 부족해 고객사에 불려들어가 욕을먹고 밤샘 업무를 수행하기 바쁩니다. 때로는 비인격적인 갑질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기업의 저연비는 결국 그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근로강도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초기의 스타트업 벤처는 이런 직원들에게 과도한 근로강도를 요구하는 기간을 얼마나 짧게 단축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칫 영영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됩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다음단계인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지 못하고 이 초기단계에서 헤매이다 잦은 인력 이탈과 조직간의 불화로 인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제품들이 초반에 히트를 치다 어느샌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정도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그리고 안정성이 확보되고 업무프로세스와 제품의 영업/사업수행(기술지원)/피드백(개발요구)에 대한 사이클에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그 때부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연비가 좋아집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9 to 6를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영업활동이나 기술지원 및 사업 수행도 수월해집니다. 게다가 수익성이 좋아지면 직원들이 연봉도 빠른 속도로 높여줄 수 있습니다. 즉 적은 노동력의 투입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거죠. 이쯤되면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솔루션의 단가가 떨어져도 적절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됩니다.

이런 안정적인 수준에 이른 솔루션 기업들은 대체로 스타트업 기업들 중 1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 많지 않은게 현실이죠. 대부분은 초기단계에서 시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거나 제품의 기능/성능/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사장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여집니다. 제가 근무한 두개의 벤처는 운이 좋았는지 4~5년 내에 모두 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코스닥 상장도 이루었죠.

만약 취업을 위해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에 입사지원을 한다면 과연 그 회사의 솔루션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그리고 현재 그 기업의 솔루션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신중히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초기 스타트업 수준의 수준이라면 입사 후 매우 힘든 업무환경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반면 실패 가능성도 높아 자칫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개발한 솔루션이 일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얻을 수 있는 것도 매우 많습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직원들도 적은 투자금으로 많게는 수십배, 적게는 세네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커리어 또한 쌓을 수 있습니다.

과연 구직자가 기업의 연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제 갓 학업을 마치고 직업을 찾는 구직자가 입사지원을 하려는 기업의 비젼이나 상태를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전 “알 수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만, 구글링이나 기업의 제품, 업종, 소문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뿐이죠. 중요한 것은 입사 후 본인의 노력과 통찰력입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노력과 수개월 내에 자신이 입사한 기업에 대해 성공 가능성의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조직으로 들어가 내부에서 경험한 것이 매우 다릅니다. 때문에 일단 외부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입사하였다 하더라도 직접 조직내에서 일을 해보면 너무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입사한 회사에 계속 재직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비젼이 있는 기업을 찾아 이직할 것인지를 수개월 내에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죠.

업종 선택시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멋있어 보이고 매우 고급스런 업무로 보이지만 어떤 업무 든 직접 수행하게 되면 단순 반복작업도 많고 잡다한 문서의 작성 등 허드렛일 쯤으로 치부하던 일도 많이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조직의 막내는 더욱 그러하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더욱 “스스로 세우는 비젼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입니다. 비젼과 실력은 다른 사람이 세워주고 쌓아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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