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펜”을 손에 잡는 것이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것 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선지 필체는 더욱 악필이 되고 회의를 하거나 무언가를 써야할 일이 생겨 메모를 할 때면 그 어색함은 더욱 커지곤 하죠.
어느 날….
중학생인 딸이 책상에 앉아 펜으로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보고 무엇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 다가갔습니다. 선생님이 숙제로 내준 영어 본문 반복해서 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학생 시절에 많이 했던 숙제였죠. 지금도 그런 숙제를 내주는 것은 똑같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펜이.. 샤프나 볼펜이 아닌 “만년필”이었습니다. 당연히 볼펜이나 샤프를 사용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만년필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본인이 직접 쓰기에 적합한 펜을 찾았고 잉크를 넣어 쓰는 만년필이 마음에 들어 용돈을 모아 서울까지 가서 파카 만년필을 사서 쓰고 있었습니다.
직접 써보니 역시 필기감이 좋더군요. 가격을 물어보니… 오프라인에서 5만원 가량 되는.. 중학생 용돈으로는 조금 버거운 가격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제가 직접 그 만년필로 글을 써보고…”좋다~~~”를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딸아이는 그 외침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딸에게 만년필을 선물로 받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된 제 생일에 중학생 딸이 만년필을 제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하다 제가 오래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가까운 시내에 나가 만년필을 산 것 같습니다. 자기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게 주변에 없어서 만편필을 처음 써보는 제게 제일 무난한 걸로 산듯 합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온라인 최저가가 택배비 포함해 30,000원 정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3만원 후반대의 가격을 형성하는 듯 합니다. 중학생의 용돈으로는 꽤 큰 금액이었을 텐데 선뜻 선물해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파카 아이엠 락카 CT 블랙
아래는 만년필 입문자에게 무난한 모델인듯 한 이 만년필의 촉~입니다. 옛날엔 이 촉을 잉크에 찍어 쓰는 펜도 있었죠. 학창시절에 잠깐 써봤지만 “못쓰겠다”는 느낌만 받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컨버터”라고 부르는 만년필 내부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입니다. 위 사진의 펜촉과 함께 만년필의 핵심기술이 적용되는 부분이죠. 딸이 함께 준 잉크통의 뚜껑을 열고 만년필 내부의 컨버터(아래 사진에서 손으로 쥔 것)를 꺼낸 모습입니다.
컨버터 윗부분의 세 마디가 있는 부분이 펌핑을 하는 부분이고 컨버터 아래 끝의 투명한 부분이 잉크통에 담그는 부분입니다.
먼저 펌핑하는 부분을 손톱에 걸고 아래로 쭉~누르면 지금은 안보입니다만 주사기 처럼 손가락 부분에 있는 고무가 맨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잉크통에 끝부분을 담그고 다시 펌핑하는 부분을 위로 쭉~밀어 올리면 잉크가 컨버터 내부로 빨려 들어갑니다.
컨버터에 잉크를 채우고 만편필의 촉이 있는 본체에 컨버터를 꾹~눌러 끼우면 잉크 장전이 완료됩니다. 처음 잉크를 채우면 펜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점까지 만년필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조금 기다려야 합니다. 잉크가 펜촉까지 흘러내려야 하니까요.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게 됩니다. -.-
그리고 1회용 잉크 컨버터가 2개 함께 제공되는데 당분간은 잉크를 수동으로 직접 컨버터에 채워서 써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