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법률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9년 12월..국회에서 통과된 후 인터넷의 주요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보배드림”과 클리앙의 “굴러간당”(일명 굴당)이 바로 그곳이다.
이런 곳에서 주로 언쟁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운전자에게 너무도 혹독한 내용이 두 법률개정안에 담겨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문의 주된 발언지 중 하나는 바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는 한 변호사의 다음과 같은 유튜브 방송의 내용 때문이기도 한다.
교통사고 전문 *** 변호사는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법은 형평성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 변호사는 “운전할 때 엄청 무서운 법이 3가지가 있다. 특가법 상 사망 뺑소니, 부상 뺑소니, 윤창호법이 그것이다”라며 “민식이법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법이다. (앞서 3가지 법과 비교해)형평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무조건 3년 이상 형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이 없으며, 사망사고라 하더라도 과실 비율에 따라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의 선택 여지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해 조금의 과실이라도 있으면 바로 징역형이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란 것이 너무 추상적이다, 게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과실비율 0%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나면 모든 운전자가 안전의무를 위반한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3년 이상 실형을 살게된다.
이 얼마나 황당한 해석인가? 이는 많은 사람들이 법을 해석할 줄 모른다는데 원인이 있다. 왜 황당한 해석인지를 법 조항을 따져가며 살펴보겠다.
민식이법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최종)>
먼저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최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어디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를 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은 없다. 명백하게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사실 원안에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라는 문구가 없었다. 아마도 이 문구가 없던 원안을 보고 쓴 기사를 보고 흥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통과된 수정안이 아닌 원안대로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년”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조금은 있다. 그 앞에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라는 문구가 있지만 그 “의무”라는게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개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문제가 되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가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이 무엇인지 봐야한다. 이 제3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형법 제268조를 참조한다. 당연히 형법 제268조를 봐야한다.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음…조금 애매하긴 하다.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고만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도 명백하게 과실이라고 인정이 되는 경우에만 사망 시 3년, 상해시 1년 이상 또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적용된다.
물론 “과실”이 아님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부여되어 있던 도로교통법 상 의무사항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행해야 할 조금 더 강화된 안전운전 의무를 지켜 운전했다면 재판과정에서 3년 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 법이 개정되면서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민식이의 사망사고 건을 예로 든다. 당시 운전자는 23km의 속도로 주행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 30km는 위반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민식이가 사망했지만 당시 운전자는 무죄인데..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뛰어나오는 민식이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주장이다. 영상에는 사고 순간의 영상만 있지만 저 운전자는 명백하게 과실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지키지 않고 있지만 도로 교통법상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진입하게 되면 반드시 “일시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는 규정이 다수 존재한다.
더군다나 저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게다가 불법주정차 되어 있는 차량들로 인해 횡단보도에 진입해 걷고 있는 어린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운전자는 일시 정지를 해야한다. 그럼에도 운전자는 일시 정지는 커녕 횡단보도가 아닌 구역에서 주행하던 23km의 속도를 더 줄이지도 않았다. 다른 CCTV에서 민식이를 덮친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
비록 사소한 주의의무였지만 이를 위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 어린이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생명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3년형이 무겁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기존과 동일한 법률에 의해 죄의 유무가 가려지고 유죄일 경우 형량만 가중되었을 뿐 운전자에게 새로운 안전운전의 의무를 지운것은 하나도 없다. 즉 그동안 생명을 죽여놓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교통사고, 더군다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해 조금 더 무거운 벌을 주도록 형량만 늘린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동꾼”에 의해 마치 악법이 생겨난 것 처럼 선동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일부 누리꾼의 항변이 옳지 않은 이유
일부 누리꾼은 민식이 사망사고와 같은 사례를 두고 부모가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거나 운전자가 어떻게 저런 사고를 피할 수 있겠냐고 항변한다. 심지어 “악법”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흥분한다.
하지만 이는 무지한 생각이다. 이런 발언에 동조하거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왜 “어린이 보호구역”이 생겼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어린이 보호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다.
아래 블랙박스 영상을 보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갑자기 어린이들이 튀어나와서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고 하소연하는 영상들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한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왔다.
만약 이 영상들을 보고 어린이를 탓한다면 “당신은 어린이의 본질적 특성에 대해 무지하다.”고 스스로를 탓하면 된다. 어린이를 성인과 동급의 상황인지력과 판단력 그리고 관찰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큰 오산이다.
어린이들은 “길을 건너야 해”라는 목적을 갖고 뛰거나 걷는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길을 건너면서도 오고가는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 급한 일(소변, 약속 등)이 있거나 길 건너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거나 할 경우 십중팔구는 주변을 살필만한 주의력이 소실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성인인 당신도 이따금씩은 어떤 한가지 사안에 매몰되어 걷다가 달려오는 차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보행자와 부딛히기도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험을 겪지 않았는가? 어린이에게는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빈번하다.
이것은 어린이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물론 아주 조금 사고가 줄기는 하겠지만) 어린이는 존재 그 자체로서 주의력과 상황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이해해야 한다. 어린이를 탓할 사안이 아니다. 이는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밝혀진 팩트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학교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주의하고 주의하고 또 주의하라는 의미다.
그리고 앞의 두 영상에 대해 중요한 사항을 이야기하자면…
영상의 어린이들은 분명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건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운전자들은 횡단보도에 보행자 진입 시 일단 정지라는 기본적인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명백하게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탓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당신은 이번에 개정된 민식이법에 불만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들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 어린이들은 자동차의 위협으로 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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