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작년 (2014년)에도 그랬지만 올해(2015년)에도 갑작스레 한라산을 가게 됐다. 겨울 산행의 백미는 당연히 눈 구경이다. 작년엔 2월 초에 갔다가 맑고 청명한 날씨의 눈천지를 구경하고 왔었다.( http://blogger.pe.kr/367 )

그리고 올해(2015년)는 날씨가 따뜻해 제주도에 도착하고 나서도 걱정을 했었다. “눈이 없으면 어떡하지?”

공항에서 렌트를 한 뒤 한라산 영실코스의 기점인 영실통제소로 향하면서도 그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제주 시내에선 “눈”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날씨도 춥지 않았다.

하지만 한라산으로 접어들면서 그 걱정은 기우였음이 확실해졌다. 1100도로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눈은 중턱에 접어들면서 사방이 눈으로 덮여있었기 때문이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1100고지 휴게소를 지나 영실 통제소로 좌회전한 뒤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영실통제소에서는 더 이상 차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작년(2014년)에는 영실통제소를 지나 영실휴게소까지 올라갔었는데…

할 수 없이 통제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휴게소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는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두명이 타든 네명이 타든 무조건 만원짜리 한장을 받는 택시에 처음 보는 두 모녀와 함께 오천원씩 부담해 영실휴게소까지 올라갔다.

그 택시는 일반 체인이 아니라 타이어에 쇠못처럼 생긴 징을 박은 특수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음에도 힘들게 힘들게 영실휴게소까지 왕복하며 등산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영실 통제소까지는 버스가 운행하고 있어(종점이다.) 승용차를 타고 오지 않아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올 수 있다.

힘들게 도착한 영실 휴게소… 1년 동안 잘 있었냐…??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휴게소에서 주먹밥 두개를 사고…믹스커피 한잔을 마시고…아이젠을 신고 출발… 출발점에선 영실코스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현 위치 해발 1280m…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제주 시내에선 구경하지 못하는 눈이 이곳에선 수십 센티미터 씩 쌓여 다져져 있다. 나무다리에 쌓여 다져진 눈 높이가 40cm 이상 된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15분쯤 완만한 경사로를 올라가면 본격적인 경사로가 시작된다.병풍바위를 볼 수 있는 능선의 시작점으로 올라가는 길..천천히 숨을 고르며 올라간다. 이때만 해도 거센 눈보라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능선이 시작되는 곳 까지 올라오자 보이는 눈 앞의 까마귀..눈 덮인 가지위에 도도하게 앉아있는데… 춥지도 않은가 보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능선에 올라가면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이 주욱~이어지는데 어쩐 일인지 보이지를 않았다. 왠가 했더니… 아래 사진처럼 눈에 덮여 그 위를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쌓인 눈이 무너져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크레바스 같은 느낌.. 쌓여있는 눈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는 내내 나무 계단은 발 아래 눈에 덮여 있었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중간 중간 뒤를 돌아보면 눈 덮인 설원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년의 청명한 하늘은 온데간데 없이 눈보라만 치고 있었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마치 히말라야에 온 느낌이었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눈이 많이 쌓이기에 계단이 모두 덮여 길을 잃을까 깃발을 세워두었는데… 그 깃발에 쌓여 얼어붙은 눈..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일기예보에서 한라산 윗세오름의 풍속이 6~9m 였는데.. 막상 윗세오름으로 향할 땐 거센 눈보라가 쳤다. 앞엔 내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깃발과 로프 그리고 가까이 가고 있는 앞 사람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보일 뿐 사방이 하얀 눈보라로 뒤덮여 있다.

“윈터스텔라….” 였다. 이런 길은 능선의 끝에서부터 윗세오름까지 계속 이어진다. 얼굴을 때리는 딱딱한 얼음가루 느낌의 눈은 바람에 날린 쌓여있던 눈이었다. 바람이 거셀 땐 옆지기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능선의 끝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에는 눈이 꽤나 많이 쌓여있어 발이 푹푹~빠진다. 스패치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눈보라를 헤치고 도착한 윗세오름 대피소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작년(2014년)에는 사발면을 사서 눈밭에 앉아 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날은 눈보라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래선지 대피소는 온통 사발면 먹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사발면과 주먹밥 그리고 믹스커피 한잔마시고 바로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그리고 바로 하산… 뭐 구경할 것도 없었다. 사방이 온통 눈보라로 하얀색 뿐이었으니까..

한라산 겨울 산행의 백미 - 영실코스의 윗세오름을 가다.

윗세오름에서 다시 내려오는 길에 찍은 옆지기의 발 사진… 아이젠과 발토시를 했음에도 눈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 양말이 젖어 있었다고 한다. 발토시가 아니라 스패치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한라산이 설악산이나 태백산, 지리산 등에 비해 좋은 점은 기온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게 눈보라가 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온은 영하 10도 이내다. 그래선지 내의를 포함해 네겹(상의 기준 속내의, 겨울등산티, 겨울조끼, 바람막이등산복)밖에 입지 않았어도 추운 느낌은 없었다. 손에는 얇은 겨울 장갑 하나만 끼고 있어도 웬만해선 손이 시렵지 않았다.

내년에도 오고 싶은..그런 겨울 설산이 바로 한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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