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군산 만큼 큰 아픔을 간직한 도시도 드물지 싶다. 일제 강점기 35년 간 끊임없이 우리나라의 자원을 약탈해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전초 기지 역할을 한 도시가 바로 군산 이었다. 광활한 김제평야의 쌀은 물론 석탄과 목재 등 무수한 자원을 일본 제국주의는 약탈해 갔다. 그 약탈의 수단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공장을 짓고 철도를 부설했다. 그리고 그 약탈을 위한 산업 시설들은 역사를 발로 배운 듯한 친일 식민 사관 역사학자들과 친일파에 의해 대한민국 산업화의 씨앗(?)으로 미화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말도 안되는 친일파의 주장임을 증거하는 기사 보러가기
어쨌든..
역시나 갑자기 생긴 시간(?)을 활용하고자 무작정 남쪽으로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군산 이었다. 얼마 전(?) TV에 나온 군산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군산 시내 투어의 핵심은 “근대 역사 문화 기행”으로 묘사 되곤 한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근대 시기의 건물이나 문화재들이 시내 곳곳에 남아 있긴 하다. 그 코스는 “탁류길”이라는 이름의 도보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군산 근대 역사 박물관이나 고우당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면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 인근에 차를 주차해두고 걸어다니면 된다.
가장 먼저 근대 역사 박물관 옆에 있는 구..군산 세관..
마치 서울에 있는 한국은행 건물의 미니어처 같다. 실제로도 같은 건축 양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충청도와 전라도의 자원을 수탈 해 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부숴버리고 싶지만…
근대 역사 박물관 옆엔 선사시대 석관묘와 옹관묘 발굴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고 투명한 강화유리로 덮어 놓은 전시대도 있다. 강화유리 위를 걸어다니며 아래의 석관묘와 옹관묘를 볼 수 있었다.
세관 건물 반대 쪽엔 장미 갤러리와 미즈카페가 서로 입구를 마주하고 있다.
장미 갤러리 옆길엔 이런 무시무시한 주사위가 도로에 떨어져(?) 있다. 저걸 누가 집어 던질 수 있을까..
길을 건너 쭈욱~올라가면 유명한 이성당 빵집이 나온다. 갓 구운 앙금빵과 야채빵이 나올 땐 줄이 수십미터씩 길게 늘어선다. 오후 1시…야채빵이 나오는 시간의 긴~줄이다. 저 끝의 모퉁이를 돌아서도 한참 늘어서 있었다는 전설이…
이성당을 지나 더 들어가면 게스트하우스와 아기자기한 찻집들이 늘어선 골목이 나온다.
그 원조는 바로 고우당이다.
일본식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고우당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위 사진처럼 가운데 연못이 있고 그 둘레에 룸들이 배치된 형태다. (그런데… 저 뒤의 아파트는 뭥미..??)
아래 사진처럼 찻집도 있고….사무실 반대쪽에는 식당도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식사까지 해결이 가능하다.
고우당을 지나 뒤돌아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 갤럭시 줌2의 위력이 발휘된 순간이다.
<역시 클릭하면 큰~~파노라마 사진을 볼 수 있음, 별건 아니지만..>
파노라마 사진 뒤쪽으로 길을 건너 더 올라가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 있다. 바로 동국사다. 이 또한 아픈 우리나라의 과거사의 흔적일 것이다.
역시나 뽄때없는 일본식 사찰 건물 양식.. 일본에 가면 지겹게 볼 수 있는 건물이지만 우리나라엔 딱…하나 남아 있단다. 마음 같아선 이 건물도 확~~불을 싸질러 버리고 싶지만…참자..!!
동국사 관광안내소에는 아래 사진처럼 친절한 누군가 친필로 쓴 군산 관광 코스 설명서가 붙어 있다.
동국사 부터 가면…. 앙대요~~!!
동국사엔 일본 불교계의 식민지배 반성문(?)이 있다. 일본 정치인들도 일본 불교계 처럼 반성을 하면 참 좋으련만 일본의 역사/정치 문화를 대충 이나 마 아는 난….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동국사를 내려와 고우당 입구 길을 지나 군산여자고등학교 근처까지 가면 히로쓰 가옥이라는 일본식 집 한채가 나온다. 보존상태가 원상태에 유사해 군산시에서 매입하여 수리 후 개방하고 있는 일본식 가옥이다. 다만… 2015년 2월 말 즈음부터는 실내로는 들어갈 수 없는 것 같다.
이날은 건물내부까지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가 구경할 수 있었다.
그냥..일본식 전통 가옥이다. 별다른 건 없다. 일본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양식이다. 아쉬우면..일본에 가서 정통 일본 가옥을 보자….!!
다시 근대역사박물관 쪽으로 슬슬~걸어오다 보면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사진관이 보인다. 원래는 창고였던 곳을 사진관으로 개조하여 영화를 모두 촬영한 뒤 철거했다가 (창고 주인과 철거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영화가 인기를 얻고 영화 촬영지가 관광지가 되면서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사진관 내부에는 영화 박물관 처럼 당시의 소품들과 영화 촬영 에피소드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관 옆에 보이는 티코..!! 영화에서 심은하가 타고다니돈 실제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원사진관 맞은편에는 매우 유명한 무우국~~집이 있다. 달인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고 하는 식당이다. 그냥 일반 기사 식당이었는데 맛으로 유명해진 진짜 맛집이었다.
서너 시간 걸어다니니 배가 고프기도 해서 6,500원 짜리 무우국을 시켜 먹어봤다.
보기엔 평범한 무우국이 나오는 백반(이라기엔 반찬이 너무 적다. -.-)같았지만 오~오…!!! 무우국의 맛이 일품이다. 맑고 투명한 육수가 쉽게 맛볼 수 없는 담백한 맛을 내고 있었다. 맛있게 냠냠 하고 다시 길을 걸어 차가 주차 되어 있는 근대 역사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경암동 철길마을로 고고싱..!!
차는 철길마을 건너편의 이마트 주차장 모퉁이에 세우면 된다. 이마트의 주차비는 2015년 2월 현재 공짜..!!
하지만…..
당시의 운치는 이미 80% 이상 사라진 듯… 실망스러운 풍경이었다.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된 2008년 이후 지어진 철길옆의 창고들과 철길을 침범한 구조물들로 인해 그 옛날의 풍경은 사라지고 …..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더미가 널브러진 뒷골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 살던 주민들도 대부분 떠나가 버려 철길마을은 생기 없는 유령 골목길의 느낌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끝으로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군산 여행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갑작스레 떠난 너무도 짧았던 군산 여행… 언제나(?) 그렇 듯 계획하지 않고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보석과도 같은 여행지를 찾은 느낌을 받은.. 그런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