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좋은길]겨울의 제주, 올레길 21코스 걷기

바쁜 나날이 계속되는 연말에 일정이 없는 하루를 맞이하여 제주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옆지기는 바로 항공권 검색에 나섰고 예상과는 달리 어렵지 않게 제주행 당일 왕복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일정이 금요일이었고 몇일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과연 티켓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12월 초,중순은 제주 여행의 비수기다. 그래선지 갑작스레 잡은 당일치기 제주 올레길 걷기 일정임에도 종종 이용하는 제주항공의 티켓은 조금 여유가 있었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수기의 비싼 가격도 아니었다. 아마도 추운날씨와 십여일 후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어정쩡한 시기인지라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티켓을 확보하고 바로 올레길 검색에 나섰다. 몇번 길이 좋을까를 고민하다 선택한 코스는 바로 올레길21코스… 예전 제주여행의 기억을 더듬다 우도를 드나드는 성산항에서 제주시로 갈 때 지나치던 해안도로의 멋진 풍광을 떠올리며 찾아낸 코스가 바로 올레길21코스다.

제주올레길21코스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의 제주해녀박물관에서 구좌읍 종달리의 종달리해변을 잇는 11km 정도 되는 코스인데 제주의 시골 골목길과 밭을 가로지르는 길, 해안도로 그리고 작은 산(오름)이 모두 들어 있는 매우 아기자기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8시40분 비행기로 출발해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렌트를 하고 미스칠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배불리 식사를 한 뒤 21코스 시작점인 해녀박물관으로 향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21코스의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석. 스탬프도 있지만 그까짓 스탬프는 건너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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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제주 바람은 역시 강했다. 하지만 서울과 인천의 칼바람에 익숙해진 내겐 그냥 조금 차가운 정도의 바람이었다. 바람이 셀 땐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조금 약해지면 모자를 벗어도 그다지 춥지 않게 느껴졌다. 전체 11km 정도의 구간에서 모자를 썼던 시간은 30분이 채 안됐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이런 길이 펼쳐진다. 전형적인 제주의 시골 오솔길이다. 걷는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매어둔 올레길 표식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아선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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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멀리 보이는 화도읍 세화해변의 바다와 평화로운 해변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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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엔 유독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제주의 일반 주책을 리모델링한 듯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제주 특유의 돌담에 새겨 둔 단어들이 정겹다. (지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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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보니 당근밭이 펼쳐져 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구좌읍은 당근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길을 걷다 당근케익을 파는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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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보이는 한겨울의 녹음… 돌담을 경계로 당근밭과 열무밭이 번갈아 보였다. 추운 겨울에 농사라니… 제주만의 특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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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의 차가운 해풍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듯한 돌담…단지 해풍을 막기 위한 돌담이라기엔 규모가 어마무시하다. 올레길21코스를 걷다보면 몇개의 이런 돌담을 볼 수 있다. 혹시 대몽항쟁의 흔적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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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마음챙김.. 힐링하고 가라는 뜻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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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밭 인듯 한데.. 수확을 마친 것인지… 흐린하늘에서 햇살이 내리쬐며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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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구좌읍의 바닷가 풍경… (위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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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찾았다는 칼국수집이 있다.  꽤나 유명한지 손님이 타고온 차로 보이는 몇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고 방금 식사를 마치고 나온 듯한 사람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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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린 든든히 식사를 한지 얼마 안됐고 또 갈길이 멀기 때문에 패쑤~~~

해안도로를 부지런히 걷다 보면 이런 각시당이라는 제단이 나온다. 바람의 여신인 영등할망에게 해녀들과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영등맞이 굿(매년 음력 2월 13일)을 치르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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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벗어나 바닷가 오솔길로 들어서면… 멀리 우도가 보인다. 지난 여름 온가족인 전기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한바퀴 돌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참… 더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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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km 쯤 걷다보면 나오는 뚝방길… (위치보기) 저~앞에 보이는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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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길 중간에 7km를 걸었음을 알리는 표식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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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전경…

잠시 쉬며 따뜻한 라떼로 몸을 녹이고… 달콤한 빵으로 당을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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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의 위치!! 내 현재위치를 표시하는 파란 점이 있는 곳이 바로 이 카페의 위치다. 그 아래가 지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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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오면 해안도로는 끝난다. 이제 멀리 보이는 지미봉(오름)을 넘어야할 차례다. 해발150m 정도 되는 지미봉을 우회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정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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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봉 입구에서 만난 토끼풀… 한겨울에 푸른 토끼풀이라니… 게다가 꽃까지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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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봉을 20여분 오르면 (경사가 꽤 가파르다.)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보이는 정상 !!!!

겨울이기 때문인지 사람은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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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성산일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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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광각렌즈로 갈아끼우고 찍은 우도와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 오른쪽에 성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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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위치 다른 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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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옆지기와 미친듯이 셀카를 찍고… 얼른 하산했다. 조금 지나면 해가지고 더 추워질게 뻔하므로..!!

두문포항(종달항) 쪽으로 내려오면 보이는 지미봉 입구의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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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산인가 보다 했는데… 역시나 오름이었다. “여기 오름하나 추가요~~”

지미봉을 내려와 두문포항(종달항) 인근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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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멋지다.

이 풍경을 뒤로하고 조금 더 걷다보면 종달해변에 있는 쉼터가 보이고 올레길21코스는 끝난다. 이 시점에서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기 시작했고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더니 택시가 바로 콜을 잡아주었고 7분만에 택시가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해녀박물관까지 약8000원의 택시비를 지출했다.

처음엔 다시 두문포항(종달항)까지 걸어가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조금 뒤면 어두워지기 시작할 것이고 저녁도 먹어야했기에 택시를 탔다.

아기자기한 겨울의 올레길21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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