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5월은 철쭉의 계절이다. 특히 바래봉 철쭉군락지는 산과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소백산, 황매산과 함께 지리산 바래봉은 우리나라 3대 철쭉 명소로 불리운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바래봉까지 (서북능선 종주코스)
천왕봉에서 꽤 멀기는 하지만 정령치는 성삼재와 함께 지리산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많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성삼재에서 정령치를 거쳐 바래봉까지 지리산 서북쪽 능선 하이킹을 즐긴다. 이 종주를 지리산 서북능선종주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서북능선 종주를 즐기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5월초와 중순의 철쭉 시즌이다. 우리는 성삼재에서 출발할 체력이 안되기에 중간지점인 정령치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이른 새벽 KTX 산천에 몸을 실었다.
남원역에서 청령치로 이동하기
남원역에서는 정령치까지 이동하는 시내버스가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7시20분 정각에 남원역을 출발한다. KTX열차의 남원역 정시 도착 시간은 7시 16분이다. 얼핏 보면 뛰어가면 탑승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KTX의 정시 도착 비율은 높지 않다. 2023년 기준 35% 정도에 머문다. 대부분 3~5분은 기본적으로 연착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역내 이동시간 최소 3분 정도를 감안하면 결국 7시 20분 남원역을 출발하는 정령치행 버스는 사실상 탑승이 불가하다.
그런데 더 웃긴건 그 다음 정령치행 버스는 세시간 이상 더 지나야 있다는 거다. 아니면 빙빙~돌아 1시간30분 가량 걸리는 다른 버스를 타야한다. 왜 출발시간을 이렇게 잡았는지 감이오지 않는가? 아마도 이익단체의 로비나 항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우리는 역에서 만난 이름모를 부부와 택시를 함께 택시요금을 절반씩 부담하여 정령치로 이동했다. 소요시간은 약 30분!!
정령치 출발
정령치에 오전8시 경 도착했다. 성삼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꽤 넓은 주차장이 있고 매점도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 때문인지 영업은 개시하지 않고 있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계단 위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그늘에서 썬크림을 바르고 스틱을 챙기고 등산화를 조인다음 바로 출발한다.
정령치의 백두대간 이정표가 뭔가 마음의 울림을 준다. 북쪽(오른쪽)으로 백두산까지 1,363 km다.

남쪽(왼쪽)으로는 지리산(천왕봉)가지 37km다. 백두산까지는 몰라도 지리산(천왕봉)까지는 1박2일 코스로 한번 가보고 싶다.
고리봉
바래봉까지 가기위해 첫번째 경유지인 고리봉까지는 800m다. 아주 가깝다. 평범한 지리산의 산길을 조금 걷다 보면 고리봉을 오르는 거친 바위들이 나온다.

고리봉 바로 아래에서 반야봉을 바라본 모습. 정면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이고 오른쪽이 노고단 그리고 맨 오른쪽 끝이 만복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숲을 가로로 가로지르는 선이 정령치를 넘어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737번 지방도로다. 그 도로의 오른쪽 끝, 하얗게 찍인 곳이 정령치 휴게소다.

고리봉의 이정표. 바래봉까지는 8.6 km 남았다. 정령치에서 800m를 왔을 뿐이다.

이정표 너머 가장 먼곳에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지리산 천왕봉일 것이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서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한다.

지리산의 여러 능선을 배경으로 걸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본격적인 서북능선 걷기
이 서북능선 코스의 장점(?)이자 단점(?)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능선코스라는 점이다. 그런데 작은 봉우리가 정말 많다. 아래 사진처럼 능선을 걷다보면 금새 봉우리가 나온다.

완만한 봉우리를 넘었나 싶으면 이런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나 험한 길이 나온다.

잘 정비된 길인가 싶으면 어느새 봉우리를 오르는 험하고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봉우리 하나를 넘었나 싶으면 앞에 또 다른 이름 모를 봉우리가 나타난다. 다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팔랑치 직전까지 이런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스의 무한반복이다.
세걸산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나면 세걸산이 나온다. 세걸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봤다. 우리가 넘어온 몇 개의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사진 중앙 왼쪽에 산 정상부가 평평한 곳이 보이는데 그곳이 만복대다. 그리고 그 오른쪽 봉우리가 고리봉인 듯 하다.

세걸산에 올랐다. 정령치에서 3.8 km 왔고 바래봉까지는 5.6 km가 남았다.

이정표 옆에 바로 정상이다. 그리고 정상석과 전망대가 보인다.

세걸산 정상석. 세운지 얼마 안되는 듯 새 정상석 티가 팍팍 난다. 해발 1216m.

세걸산 정상에 오르면 드디어 바래봉이 보인다. 능선 너머에 보이는 약간은 초록색이 덜 진한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 봉우리가 바로 바래봉이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바래봉임을 알아챈 순간, 아~너무 먼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갈 순 없지 않은가 ? 나에겐 선택지는 그냥 앞으로 가는 것 밖에 없다.
세걸산을 지나도 앞 사진에서 보이듯 작은 봉우리 같지 않은 봉우리들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게된다.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진 않다.
세걸산에서 다음 봉우리로 가는 중간에 세동치라는 고개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뜻밖의 오아시스를 만났다.

세동치 삼거리에서 뜻밖의 아이스께끼를 파는 분을 만났다. 아쉽게도 비비빅과 솔잎향이 나는 시원한 매실차 밖에는 없었지만 하나씩 사서 비비빅은 걸으면서 먹고 잘 발효된 매실차는 부족한 물을 보충하기 위해 배낭의 포켓에 잘 모셨다.
드디어 세동치를 지난다.

세동치를 지나 부운봉까지 가는 길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작은 봉우리를 여러 개 넘어야 하는 구간이다.

이 구간을 지날 즈음에는 해가 높이 솟아있고 숲이 우거져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마치 비닐하우스에 들어간 듯 숨이 턱턱 막히는 구간이 종종 있었다.
부운봉
서북능선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팔랑치 가기 전의 철쭉 군락지를 먼저 살짝 조망할 수 있는 부운봉이 있다.
부운봉 가기 전 부운치를 지난다. 정령치에서는 6.4km, 바래봉 까지는 3km 남은 지점에 부운치가 있다.

부운치를 지나 부운봉에 오르면 헬기장처럼 넓은 공터가 나온다. 그 공터를 지나 팔랑치 쪽으로 내려갈라치면 이렇게 철쭉군락지가 보인다.

철쭉 군락지가 보이니 힘이 좀 나는 듯 했다. 바래봉이 가깝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바래봉 철쭉군락지
철쭉군락지가 보이니 옆지기의 걸음이 빨라졌다. 부운봉을 내려와 서북능선길과 임도가 만나는 삼거를 지나자 마자 철쭉군락지가 시작된다.

그런데 아직 100% 즉, 최대로 만개하지는 않았고 80%쯤 되는 듯 싶다. 아직은 피지 않은 철쭉 꽃봉우리가 남아 있었다. 5월 10일 쯤 되면 최대로 만개하여 일주일 정도가 절정일 듯 싶다.
우리의 키 보다 더 큰 철쭉나무에서 철쭉꽃이 활짝 피었다. 그 사이를 걷는 기분은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 하다.

앞에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가 걸어온 부운봉이다. 부운봉 아래의 철쭉 군락지를 지나 바래봉에 더 가까운 철쭉 군락지로 이동하며 찍은 사진이다.

부운봉 너머에 우리가 넘어온 이름모를 작은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걷는 동안 조금 지겹기도 했다. ㅎㅎ
철쭉군락지 너머 멀지 않은 곳에 바래봉이 보인다. 철쭉 군락지가 소백산 만큼 넓지는 않은 듯 싶다.

운봉아래에서 바래봉을 오른다면 바래봉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이곳으로 오게된다. 잘 정비된 데크길을 걸으며 철쭉을 즐길 수 있다.

바래봉 철쭉동산을 가로질러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그나마 철쭉 군락지를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일 것이다.
팔랑치
철쭉 군락지를 지나 바래봉으로 가는 길이 나올 즈음에 마지막으로 철쭉 군락지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가 언덕에 있다. 그곳에서 바라본 철쭉 군락지다. 언덕위에 우리가 지나온 길이 보인다.

철쭉 군락지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철쭉과 함께 사진을 찍어본다.

팔랑치는 철쭉 군락지의 바래봉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정령치까지는 7.9 km 이고 바래봉까지는 1.5 km다.

팔랑치를 지나면 이제 걷기 좋은 임도 같은 길이 나온다. 이곳엔 1980년대 초까지 양을 방목하던 목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조성된 길인 듯 싶다. 바래봉 입구 삼거리까지는 약 900m 쯤 된다.

산들~산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편하게 바래봉 입구 삼거리까지 걸어본다.
바래봉
바래봉 입구 삼거리는 운봉아래(용산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정령치에서 오는 길이 만나는 곳이다.

철쭉 군락지까지는 900m이고 용산주차장(운봉아래)까지는 4.2 km다. 그리고 바래봉까지는 600m. 아쉽게도 바래봉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운봉아래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바래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래봉을 오른다.

바래봉 까지는 숲이 확~ 달라진다. 잘 관리된 숲길과 데크 계단을 올라가면 바래봉이 나온다. 지난 3월에 왔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이곳에도 철쭉이 거의 만개해 있었다.

바래봉 정상의 정상석. 정상석에서 인증샷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교체되는 틈을 타 정상석만 찍었다.

정상석 너머에 또 다른 사진 맛집인 바위에서도 인증샷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원래 이곳은 다음과 같은 미니어처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사진 맛집이다. 지난 3월 22일에 바래봉을 처음 찾았을 때 찍은 미니어처 샷이다.

하산길
바래봉에서 우리가 걸어온 코스를 마지막으로 한번 조망해본다.

그리고 부족한 식수는 바래봉에서 내려오면 바래봉 입구 삼거리 전에 있는 샘터에서 보충했다. 꽤 차가운 샘물이 솟아나 마침 부족했던 식수를 보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바래봉까지 오른 다음 용산주차장(운동아래)으로 하산한다. 4.5 km 정도 급경사 길을 내려오면 된다. 이 길은 산길이라기엔 쫌~그럴 정도로 너른 길이고 포장(?)도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전 구간이 꽤 심한 급경사 길이다.

용산주차장에는 오헤브데이라는 호텔이 있다. 가성비가 매우 좋은 호텔로 소문이 나 있는데 호텔에도 카페가 있고 호텔 옆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우리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2명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그리고 탄산이 가득 들어간 오렌지-자몽에이드까지 세잔을 주문해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철쭉 시즌이라서 그렇겠지만 카페와 호텔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잡아 타고 남원역으로 돌아왔다.(이 구간 요금은 2만2~3천원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탄 택시는 시내구간을 우회하는 빠른 코스로 돌아와서 2만8천원이 나왔다.)
총 거리 16.2 km를 걸었고 7시간 18분이 소요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진 찍고 구경하고 휴식을 취한 시간 모두 포함이다.
마지막으로 코스 안내도를 첨부한다.

#지리산 #서북능선 #바래봉 #철쭉 #정령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