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어리목 코스와 영실코스 연계 산행 후기

2025년 연말을 맞아 한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을 했다. 바로 우리나라 최고봉이자 최남단의 영산 한라산 하이킹이다. 이번 하이킹은 한라산 어리목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오른 다음 영실 탐방안내소(네이버 지도에는 두 곳 모두 매표소로 나옴)로 하산하는 12km가 조금 넘는 연계산행 코스다.

2025년 마지막 해돚이를 비행기에서 보다

12월 31일의 마지막 해돚이는 아니지만 12월 29일 해돚이를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 이른 새벽 인천과 서울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오르자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구름을 뚫고 하늘에 올라 바라보는 일출은 잠시지만 참 멋있었다. 1월 1일의 해돚이가 아닌게 조금 아쉬웠다. 그랬다면 더 의미가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매년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1월 1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리목 탐방안내소 출발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고 한라산국립공원 어리목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주차한 다음 출발했다. 건너편 어리목코스 입구의 통제소를 지날 때 시간은 10시 07분이다. 통제소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입산을 금지하고 있었다.

제주 시내에는 눈이 다 녹았지만 어리목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하지만 막~~녹아내리는 중이다. 어리목교 까지는 평탄한 길을 간다.

어리목교를 지나면 어리목코스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경사진 산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경사는 심하지 않았다. 다른 난이도 최상인 코스를 종종 다니다 보니 이정도는 껌~~이다.

어리목 탐방로 안내도의 현위치가 있는 붉은색 구간 (약 1.5 km)이 어리목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곳곳에 현위치가 표시된 탐방로 안내도가 있다.

난이도가 상이라고는 하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일단 길이 험하지 않다. 돌이 많지도 않고 꼬불꼬불하지도 않다. 한라산 답게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경사다.


사제비 동산 (사제비 샘터)

첫 번째 경유지인 사제비 동산에 가까워지니 날씨가 수시로 변한다. 구름이 잔뜩껴 구름속을 지나게 되기도 하고 갑자기 구름이 걷히며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기도 한다. 한라산의 날씨가 변화무쌍할 때 걷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한라산은 규모에 비해 등산로에 샘터가 참 드물다. 그런데 그 샘터 중 하나가 어리목 코스에 있다. 바로 사제비 동산에 있는 사비제 샘터다.

해발 1400m가 넘는 곳에 샘터가 있었다. 그리고 강수량이 충분했기 때문인지 수량도 많았다. 게다가 수질도 식수로 쓰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수질검사표를 보니 너무도 깨끗한 물이었다.

만세동산

사제비 동산을 지나면 완만한 구간에 접어든다.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 조금 무섭기도 했다. 구름이 지나며 수시로 금새라도 눈폭풍이 몰아치거나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수시로 나타나는 탐방로 안내도를 보고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며 체력을 안배한다.

해발고도가 높아질 수록 아직 녹지 않은 눈꽃이 남아 있다.

코스의 경사가 완만하다 보니 주변의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어느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들며 주변이 환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구름이 살짝 걷히니 멀리 제주 시내가 보인다.

구름이 또 몰려오는 와중에 데크길 왼쪽 위에 만세동산 전망대가 보인다.

눈 쌓인 풍경이 멋지기도 하지만 봄의 연녹색 풍경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봄에 다시 한번 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한다.


윗세오름 대피소

만세동산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가는 길도 걷기에 좋다. 중간에 데크가 없는 구간도 있고 살짝 언덕구간도 있지만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살짝 구름에 덮인 언덕구간이 나와 “이 언덕을 넘어야 윗세오름 대피소가 나오다 보다” 했는데 갑자기 대피소가 나타났다. 저질 체력인데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라 당도 부족한게 느껴지며 배도 고파질 즈음 구름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대피소는 매우 반가웠다.

윗세오름 대피소 앞에는 매우 넓은 데크 계단과 공터가 있다. 오래 전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컵라면, 사발면 등을 팔 때는 이곳에서 다들 자리를 펴고 라면을 먹는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곳에서 라면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피소에서 물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라면을 먹고 싶다면 준비해가야 한다.

하지만 이날은 바람이 조금 센편이라 모두들 대피소 내에서 쉬며 끼니를 때웠다. 평일이라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간 김치사발면과 삼각김밥, 양갱, 믹스커피 등으로 배를 채웠다. 대피소 내부에는 두대의 히터가 빵빵하게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어서 바람막이와 내피를 모두 벗어 말리며 쉴 수 있었다.

배를 채운 뒤 찍은 윗세오름 인증샷~!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남벽 분기점까지는 2.1 km인데 우리는 영실 방면으로 하산하기 때문에 남벽으로 가지는 않는다.

영실 탐방로 입구까지는 3.7 km이지만 영실탐방로 입구에서 영실 매표소까지는 약 2 5km를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 이 2.5 km는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인데 탐방로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올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탐방로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올라갔었는데 눈 때문인지 통제되고 있었다.

영실 선작지왓 구간

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에서 영실 쪽으로 내려가는 구간의 풍경은 더 멋지다. 제주말로 선작지왓이라고 불리는 고위평탄면이다. 이곳은 산철쭉 군락이기도 해서 봄이면 영실코스를 인산인해로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한라산 영실코스 철쭉과 털진달래)

지금은 이렇게 눈이 많지 않지만 눈이 많을 때 이곳에 방문하면 그야말로 윈터스텔라를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2015년 겨울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그리고 드디어 한라상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넋놓고 풍경을 감상하다 잠시 후 한라산 정상과 함게 사진을 찍으려니 그새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한라산 정상을 볼 수 없었다. 영실 코스를 걷다보면 어리목 코스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병풍바위 구간

영실 코스는 어리목 코스보다 조금 더 산 다운 산을 오르는 느낌이랄까… 선작지왓 구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을 오르고 내리는 느낌을 주는 구간이 나타난다.

바로 병풍바위다. 이 구간은 어리목 코스보다 훨씬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다. 병풍바위 위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 서남쪽의 많은 오름들과 멀리 보이는 바다는 여기가 바로 제주도 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멋진 풍경을 어리목 코스보다는 훨씬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만큼 길은 조금 더 험하다. 특히 병풍바위를 조망하며 올라가는 구간은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래 사진 중앙 왼쪽의 절벽이 병풍바위다. 저 병풍바위 위에서 윗세오름의 선작지왓 구간이 시작된다.

영실코스도 어리목과 비슷하게 코스 시작구간이 가장 힘든 코스다.

초록색 구간이 선작지왓이고 산철쭉과 털진달래 군락지다.

영실코스 입구 통제소

병풍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완만한 구간이 영실 탐방로 입구까지 이어진다.

드디어 영실 코스 입구 통제소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곳 영실 탐방로 입구에도 꽤 큰 영실 제1주차장이 있고 오백장군과 까마귀라는 매점이 있지만 눈 때문인지 통제되어 차로는 이곳까지 올라올 수 없다. 매점에서는 컵라면, 물 등과 기념품 그리고 일부 등산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주 240번 버스

그래서 2.5 km 아래에 있는 영실 제2주차장까지 걸어 내려가야 했다. 영실 제2주차장에는 제주 시내버스가 정차하는데 240번 버스다.

제주 240번 버스는 제주시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인데 우리는 제2주차장의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한 다음 어리목 입구에서 하차하여약 1km 정도를 걸어 어리목 탐방안내소 앞 주차장에 주차해둔 차로 돌아왔다.

다만 버스를 탈 때 서귀포로 가는 버스인지 제주 시내로 가는 버스인지를 확인하고 제주 시내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제주의 겨울 석양

힘든 산행을 마치고 나면 항상 그렇듯 카페인이 무지하게 땡긴다. 땀으로 카페인이 모두 배출되어 카페인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향한 카페는 숙소가 있는 서귀포의 골든아워제주카페다. 이 곳은 골든아워호텔과 골든아워카페를 함께 영업하는 곳이었다. 호텔과 카페가 완전히 분리된 구조여서 일반적인 호텔의 카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카페에 들어서면 호텔의 느낌은 전혀 없다.

급하게 검색해보고 찾아간 카페인데 옆지기도 아무 만족스러워했다.

언 몸을 녹이고 카페인을 보충하며 새벽 비행기에서 바라본 떠오르는 태양이 다시 바다 넘어로 넘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잘가라~ 해야~ 오늘 하루도 우리의 앞길을 비춰줘서 고맙다~

#한라산 #어리목코스 #영실코스 #골든아워제주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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